"인터넷은 당신의정부의 것."이라며 조롱하는 한 풍자 그림

웹호스팅 가입자 대량 탈퇴 사태

미국의 최대 웹호스팅 서비스 회사인 GoDaddy(godaddy.com)에서는 하루 최대 2만건,  일주일 동안 무려 72,354 건의 탈퇴가 접수되었습니다. 이중에는 무려 온라인 최대의 백과사전 웹 사이트인 위키백과(wikipedia.org)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에 문외한이신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드리자면,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GoDaddy에게 각자의 홈페이지 주소 이용료를 내고 웹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모조리 다른 회사로 등록처를 옮겨 버린 것입니다. 보통 홈페이지를 운영하려면 우선 주소 구입(예: www.어디어디.com)을 위해 매년 만원~3만원 정도의 돈을 지불하는데, GoDaddy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입자들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엄청난 액수를 손해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트위터를 비롯해 미국의 유수의 인터넷 토론 사이트들을 통해 들불처럼 번져 나간 누리꾼들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어떤 소문인고 하니, 최근 미 하원에서 라마 스미스 의원에 의해 발의된 인터넷 불법복제 금지법 SOPA(Stop Online Piracy Act) 에 대한 것입니다.



미국 누리꾼을 분노케 한 SOPA

SOPA의 취지 자체는 좋습니다. 여러분이 정성껏 만든 소중한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불법으로 유통하고 공유하는 웹 사이트들에게 법으로 심판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적재산권을 훔친 사례나 의심되는 정황이 발생한 경우, 정부는 해당 웹 사이트의 정보를 조사할 권리를 획득하며, 심지어 해당 웹사이트의를 폐쇄시킬 수 있으며, 직접 지적 재산을 침해한 혐의는 없지만, 해당 자료가 올라오도록 방치하는 등의 간접적 침해 행위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면, 한 미국 야후(Yahoo!) 블로거가 불법으로 영화를 DVD에 복사해서 방문자들에게 판매한 경우,저작권을 침해 당한 영화사나 사건을 조사하는 정부의 조사 요청에 순순히 응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야후를 통째로 폐쇄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도 가질 수 있게 되며,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개인 정보라던가, 블로그에 아무 혐의가 없더라도 댓글 등을 남기고 간 타인의 정보까지도 무차별로 유출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리꾼들은 다양한 컨텐츠의 해적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빌미로 개인의 자유를 철저하게 유린하는 행위라며 분노하고 있고, 그 와중에 규모가 큰 GoDaddy의 가입자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의미로 탈퇴를 시작한 것입니다.



기득권만을 위한 법인가?

이 법안이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사들을 비롯해 많은 기득권자들의 요구사항만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법이 '불법 복제'를 막는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개개인의 정보를 검열해, 함부로 법의 방망이를 휘둘러,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정보가 공개되고, 거대 기업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으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직업군과 수익, 새로운 생활패턴이 창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자신들이 해적판으로 입은 손해액만을 들이대며 무리한 조건을 넣어 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누리꾼들의 생각입니다.



비영리 개발자들에게도 타격이

SOPA와의 전쟁을 선포한 한 웹사이트

때문에, 오픈 소스 프로젝트 또한 당장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상의 사람들이 모여 유익한 프로그램 들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는 엄청난 수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이 법안이 발효되는 순간, 저작권 위반의 의심 되는 프로그램 속 코드 몇 줄 때문에 이러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통째로 없어지거나 아예 개발 의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의지마저도 크고작은 실수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진다면, 파이어폭스 등 다양한 오픈소스 기반의 앱 생태계가 파괴될 것입니다. 
미국의 최대 포털인 구글에서도 이번 법안이 인터넷 사업에 큰 사기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며 법안 발효에 우려를 표명했고, 미국 도서관 협회 등도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GoDaddy의 발 빠른 대응, 결과는?

GoDaddy의 공식 입장

당장 표적인 된 GoDaddy는 지난 12월 23일자로 '우리는 SOPA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누리꾼들의 탈퇴 러시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닌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식의 미온적 태도가 그 이유입니다.

"인터넷은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닌 정부의 것이다." "인터넷 검열에 반대한다." "이라크나 북한처럼 검열과 통제가 생겨 인터넷의 동력은 끊기게 될 것이다."며 강한 반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지키는 것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불법 복제라는 큰 그림을 떠나, 미국인들의 강력한 반발 이면에는 '우리의 신상 정보를 절대 정부가 함부로 검열하게 놔 두어서는 안 된다.' 라는 개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전화 상담원, 병원, 동사무소 직원에게 나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 주고, 수 많은 웹사이트에서 가져간 우리의 정보를 해커들에 의해 낱낱히 유출되고, 그에 따른 영향인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스팸성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리는 우리들, 과연 우리의 개인 정보는 소중하게 보호받고 있는지 한번 쯤 생각하게 됩니다.
 

참고로, GoDaddy는 실제로 엄청난 이탈 현상에 비해 큰 재정적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국 굴지의 웹호스팅 업체 답게 탈퇴자 수 만큼의 신규 가입자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더 많은 탈퇴를 위해 발벗고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이 정도의 행동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뿌와쨔쨔의 글입니다. 무단 스크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TRACKBACK http://puwazaza.com/trackback/30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왠지 남일(?)같지않은 사태로군요.
    잘보고갑니다.^^

    2011/12/26 09:03 [ ADDR : EDIT/ DEL : REPLY ]
    • 라이너스님 송년회때 못 뵈어서 아쉬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2011/12/26 12:51 [ ADDR : EDIT/ DEL ]
  2. 전세계가?

    전세계가.. 특히, 한국과 미국등에서 대놓고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군요.
    비단, 한국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증거(!) 같습니다.

    암튼, 전세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저항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네요!

    2011/12/26 15:38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단 주민등록번호부터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번호를 기업체들이 너무 쉽고 편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해놔서 웬만한 대기업은 동사무소 수준으로 세세하게 한국인 인명부를 DB화 해놓고 있을 것입니다. 뭐 하나만 하려고 해도 상담원에게 주민번호를 좔좔 읊어줘야 하는 시스템을 빨리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2011/12/26 16:18 [ ADDR : EDIT/ DEL ]
  3. 이미 sk 싸이월드에서 중국에 전국민 천만명이 넘는 주민번호를 털린 상황에서

    더이상 주민번호 체제를 유지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2011/12/26 16:47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런 적극적인 미국 국민들의 행동이 맘에 드네요 ㅎ
    우리도 sns통제하려고 난리인데요..

    2011/12/26 18:24 [ ADDR : EDIT/ DEL : REPLY ]
  5. 정의

    개판같이 더러운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 허위사실 유포 방지 대책이나 내놓길!

    2011/12/26 22:56 [ ADDR : EDIT/ DEL : REPLY ]
  6. 입장바꿔 생각해 본다면...

    이 글에는 나의 자유만 있고 사회적인 책임은 없군요.

    지적 재산권이라는 건 가진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내가 밤새워 작성한 레포트를 옆자리 학생이 베껴서 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탔다면
    밤세워 노력한 나는 바보가 되는거고, 이득은 복제한 학생만 얻게됩니다.
    학교 당국이 이런 결과를 묵인한다면,
    누가 밤세워 레포트를 작성할거며, 아무도 레포트를 작성하지 않으면 그 과는 낙제생들만 남게되겠죠.

    인터넷을 떠도는 모든 컨텐츠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게 아닙니다..
    그것을 최초로 만든이가 있을 거고, 그가 프리로 올린 게 아닌 한 임의공유는 지양해야죠.
    개인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법의 힘을 빌어서라도요.

    공권력의 개인정보 열람을 분개하기전에
    그런 곳에 자기 정보를 제공한 목적을 부끄러워해야죠....



    2011/12/28 10:12 [ ADDR : EDIT/ DEL : REPLY ]
  7. 미국에서도 이런 논란이 있군요~
    그래도 한국보다는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이 돋보이네요...

    2012/01/06 22:50 [ ADDR : EDIT/ DEL : REPLY ]
  8. 그런 상식적인 개념을 몰라서 문제제기하는 게 아닙니다. 북한의 공격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국보법이 어떻게 악용되는지 알아 보세요.

    2012/01/08 17:51 [ ADDR : EDIT/ DEL : REPLY ]

-1